경기 성남시의 고3 학부모 최경희(51)씨는 최근 딸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막바지 점검을 하면서 근심이 커졌다.오는 7월 1학기 기말고사와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공부를 할 시간도 모자란 상황에서, 학생부 비교과 주요항목인 봉사활동 실적이 3학년에는 전혀 없다는 점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대입에서 학생부 중심 전형은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이나 활동기록만 심사하기 때문에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최씨는 15일 “아이가 1, 2학년 봉사 실적을 80시간 채워놓긴 했지만, 3학년 때 기록이 전혀 없으면 이전 활동의 진정성마저 의심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여름방학에라도 봉사를 시켜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2019학년도 대입에 쓰일 학생부 작성 마감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봉사활동과 관련한 고3 학생ㆍ학부모들의 고민이 깊다. 수능과 내신을 챙기느라 숨이 가쁜 처지에 봉사활동의 짬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3까지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아서다. 교육 현장에서는 “고3 1학기까지는 봉사를 시켜야 한다” “3학년 때는 봉사를 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실제 입시전문가들조차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경기 화홍고 교사)은 “대학들도 학생들이 3학년 때 수능ㆍ내신 준비로 바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봉사활동 관련한 실적을 과도하게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내신점수가 2등급 대 이내로 학생부 중심 전형에서 경쟁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고3 때도 봉사활동 지속성을 유지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 봉사활동 부담은 꾸준히 늘어
서울대 합격생 5년 새 20시간↑
“희망 전공에 맞춰 실적 쌓아야”
대학들 역시 확실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학마다 봉사활동 관련 평가 기준이 다르고 뚜렷하게 공개하지도 않기 때문에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희대와 연세대, 중앙대 등 6개 대학은 지난달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ㆍ평가항목’을 발표하면서 “봉사는 시간보다 자발성과 지속성이 중요한 평가점”이라고 아주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상태다. 한 국립대 입학사정관은 “대학 별로 고3 때 봉사활동 기록을 꼭 본다, 보지 않는다 등 기준을 일관적으로 설명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다른 주요항목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봉사를 하라는 것 정도가 공통된 지침”이라고 전했다.
모호한 기준 속에서 학생들의 봉사활동 부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학년도 113시간이던 수시 모집 합격자들의 평균 봉사활동 시간은 2015학년도 129시간, 2017학년도 135시간으로 늘었다. 서울의 고3 학부모 오연미(49)씨는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은 100시간 가까이 봉사시간을 채우는데,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희망전공 등을 따져가며 실적을 쌓아야 해 걱정”이라며 “부모가 병원, 법원 같은 특수 기관에 다니는 소위 ‘금수저’ 학생들은 여기에서 3년 내내 봉사활동을 하는 기회를 독점한다는 뒷얘기도 많아 고3 1학기까지는 봉사활동에 손을 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